교수가 된다는 것

교수가 될 생각이 별로 없었다. 아니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말 그대로 과학은 재미있고, 계속 잘하고 싶고, 남들 보다 잘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뿐이었다. 잘하고 싶었지만, 자신은 없었다, 그리고 미래를 심각하게 생각해보기에는 내가 너무 게을렀다. 그러니 학계를 오래 떠돌고, 운이 좋아서 좋은 곳에 계속 있다보니 (흔히 말하는 트리플 크라운: 옥스퍼드, MIT, 하버드), 어쩌다가 교수가 되었다 (아니 될 예정이다). 물론,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을 안했을 뿐이지,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계를 오래 떠돌면, 교수가 아니면 갈 곳이 점점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생기고, 그러니 교수가 될 수밖에 없는 거다. 하지만, 자신이 없어서, 항상 카페를 차려서 학계 컨설팅을 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교수 오퍼를 받고, 이제 9월 부터는 정말 교수가 된다.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니고 별거라면 별거인 교수가 된다. 큰일이다. 준비가 안된 것 같다. 어쩌지?

학계는 오래 떠돌아서 주워들은 것도 많고, 이곳 저곳을 떠돌다보니 생각이 넓고,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언제나 관찰자 시점에서만 보았던 것들이, 이제는 행위자가 되어야한다. 겁이 난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다른 교수들의 페북과 생각을 적힌 글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연구외에도 내가 몰랐던 무수히 많은 동역학이 펼쳐졌다. 그리고, 많은 교수들이 치열하게 자기 생각을 만들고, 자기 세계를 만들고, 싸우고, 화해하고 있었다. 몇분을 보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한데, 몇 분들은 정말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이 느껴진다. 즉, ‘난 해도 안될 꺼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갑자기 패닉어택처럼 숨이 막혔다.

난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니 다시, ‘난 과연 잘 할수 있을까?’

잘해야 한다. 나는 과연 어떤 교수가 될까?

PS. 지금 대학원생의 피드백이 밀려있다. 피드백 밀리지 않는 교수가 되자. -_-

PS2. 다음은 아이덴티티 크라이시스에 대해서도 써보자.

Amazon Echo, Alexa

요즘 캠브리지는 졸업시즌이다. 그래서, 학교를 떠나가는 사람들이 마켓 페이지에 이것저것 올라오는데, 아침에 이곳 Peabody Terrace에서, 그것도 옆동에서, 누가 알렉사를 파는 것이었다. 그래서 덥썩 물었다. ^^

문제는 오늘 할일이 산더미같이 있었고, 요즘 계속 바뻤고, 그러다보니 인터넷 설치를 제대로 안 했던 것이었다. 특히 내일까지 Nat. Com. 리뷰를 보내고, Nat. SR 온 리뷰를 쓰고, 무엇보다도 네이버 커넥트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했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 저녁은 하버드 컬리그의 집에서 그룹 뮤즈를 불어오기에 가야하는데…

바쁘면, 역시 뭐든지 재미있어 보이는 법칙은 오늘도 자신의 존재를 보여줬다.  인터넷 설치가 계속 안되서 귀찮아서 임시방편으로 노트북으로 라우터를 썼던 것도, 알렉사는 그런 라우터로는 접속이 안되는 것도 그 법칙이 해결해버렸다. 여기 하버드 하우스에서는 인터넷이 무료인 대신에 맥 어드레스를 내 하버드 아이디 아래에 등록을 해야하는데, 이상하게 넷기어 라우터가 맥어드레스 등록을해도 작동을 안하는 것이었다. 처음 오자마자 몇시간을 낭비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노트북으로 라우터를 쓰곤 했는데… 이 까다로운 알렉사는 그렇게 접속이 안된다. 결국 한시간동안 라우터의 맥어드레스를 default에서 정해서 바꾸는 옵션을 찾아내서 성공을…. -_- 그 후 모든 기계들을 그 채널로 바꾸고 (프린터도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두고 있었는데, 오늘 라우터 성공 기념으로 설정을 완료했다), 까다로운 알렉사를 이용해서 등록 및 Wifi설치를 끝냈다 (두시간 짜리 일이 이렇게 쉽게 쓰이다니, 뭔가 억울하다). 그리고 알렉사 시험을 하고 이리저리 하다보니 한시간이 또 흘렀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알렉사는 시리보다 똑똑한 것 같다. 일단은 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조금 더 복합적인 문장도 알아듣는 것 같다. 하지만, 알렉사는 시리보다 조금 더 한정적인 일 (음악, audible, 날씨, 스케쥴) 에 대해서 최적화가 되어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제 일을 해야하는데…. 라고 생각하니, 날씨가 꽤 더워져서 여름옷을 꺼내야겠다.

영국에서 6개월 전에 미국으로 오고, 이스트 캠브리지에서 하버드 스퀘어로 옮긴지 한달이라서 내가 잘입는 여름 옷들이 어디있는지 뒤적거리었다. 몇가지 옷들이 없는데… 이건 이사하다가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영국에서 미국으로 올때 한국집으로 보냈는지 알수가 없다. 확인해 보고 싶은데, 지금 한국시간은 새벽 5시이지 않은가… 영 난감하기 짝이 없다.

지금 있는 것을 일단 꺼내놓고, 겨울옷의 1/3은 박스에 집어 넣고… 이제 일을 하려고 보니, 배가 고프다. -_- …. 안돼. 대충 소이렌트 먹고 빨리하자. ㅎㅎ